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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팔없는 남편의 아내 "죽어서도 그의 팔"
【洪】ILHONG
2006. 2. 21. 17:09
두팔없는 남편의 아내 "죽어서도 그의 팔" |
| 2006-02-20 10:43 | VIEW : 39,6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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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수씨의 두 팔 없는 남편▲ 이해수씨(48) 부부가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쑥덕이는 사람들이 많다. “어휴. 저 나이에 저러고 싶을까. 애정표현을 하고 싶으면 집에서나 할일이지 눈꼴 사납게 밖에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어?” 이씨가 남편에게 밥을 떠 먹여 주는 모습을 본 사람들의 반응이다.
이씨의 남편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걷는 것’ 밖에 없다. 11년 감전사고로 두 팔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두 팔이 없어진 남편을 처음 목욕시키던 날을 평생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사고 후 투병생활을 할 때였어요. 병원 욕실에서 남편을 씻겨 주려고 의자에 앉혔는데 의자가 미끄러지면서 같이 넘어졌어요. 남편 혼자 힘으로 일어날 수도 없었고, 제가 남편을 도와 일으키려 해도 잡아 줄 팔이 없어서 일으킬 수 없더라고요. 남편 몸뚱아리를 잡아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곤 하니까 남편이 ‘왜 나를 살렸냐’고 울부짖더군요.”
이씨의 남편은 “이렇게 살아서 뭐 하느냐. 살고 싶지 않다”면서 통곡했다. 이씨도 남편과 함께 목 놓아 울었다. 살고 싶지 않은 건 이씨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씨는 마음을 가다듬고 남편을 위로했다. “살아 난 것만도 다행이지 않느냐”고.
“남편 앞에서는 애써 의연한 척 했죠. 제 속이 썩어문드러져도 남편에게 속내를 드러내 보일 수 없었어요. 저 때문에 더 마음아파 할 것 같아서요. 그거 아세요? 양팔이 없으면 다리가 멀쩡해도 걸을 수 없다는 사실 말이에요. 아니, 걸을 수도 없고 누웠다가 혼자 일어나 앉을 수도 없더라고요. 1달여 동안 물리치료를 받고 많은 연습을 한 이후에야 걸을 수 있었어요.”
 ▲'의수'를 한 이해수씨의 남편▲ 삼시 세끼 밥 먹는 것은 기본이고 세수도, 이 닦는 것도 화장실에서 용변 보는 것조차 이씨의 남편은 아내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바깥에서 공공화장실을 이용할 때가 가장 속상해요. 남편이 혼자서 용변을 볼 수 없으니 제가 따라 들어가야 하잖아요. 처음에는 남편과 함께 남자화장실을 들어가는데 차마 발길이 떨어지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남편더러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서 볼 일을 보자고 했죠. 그랬더니 ‘여자들이 빤히 쳐다보는데 어떻게 가냐’면서 남자 화장실을 고집하더라고요. 그것 때문에 많이 싸웠어요. 결국은 제가 남편의 뜻에 따라 ‘남자화장실’을 이용하고 있어요.”
속 모르는 사람들은 이씨가 남편과 함께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기 일쑤라고 한다. “아줌마, 여기 남자화장실인데 왜 들어와요?”하고 묻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다.
“남편이 의수를 해서 두 팔이 없는 줄 모르는 사람들이 그렇게 묻는데 그냥 못 들은 척 해요. 마음이 답답해 질 때면 ‘남편에게 잘 해줘야지’ 하고 자신을 채찍질 하지만 저도 사람인데 짜증날 때가 왜 없겠어요. 몇 년 전, 남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작정 집을 나와 동네시장을 돌아다닌 적이 있어요. 한 두 시간 정도 그렇게 걸었을까. 남편이 혹시 화장실에 가고 싶어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빨라지더라고요. 남편 얼굴을 보니 눈물이 나대요.”
남편을 헌신적으로 돌보면서 살아가는 이씨에게 조심스럽게 “혹시 이혼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가 단 1초도 머뭇거리지 않고 대답했다.
“남편이 사고 당하기 전에는 ‘성격이 안 맞다’는 이유로 심각하게 이혼을 고려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사고 이후에는 단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나보다 못한 사람을 두고 어떻게 떠나요. 이런 남편을 두고 떠나면 죄 받죠. 벌 받을 겁니다. 나 없이도 살 수 있으면, 그러면 모를까. 내가 먼저 죽으면 어쩔 수 없지만 무덤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남편의 팔 노릇을 해야지요. 살아보니 서로 모자란 부분을 채워 주는 게 부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눈밭에서 한껏 포즈를 취한 이해수씨, 마치 소녀같다▲ 장애인이 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이씨의 남편은 아내와 외동딸의 도움으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한다.
“장애인이 된 후 삶의 희망과 의욕을 잃은 남편에게 다른 장애인은 어떻게 사는 지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아 두 팔을 절단하고 두 다리 모두 무릎 아래로 절단한 장애인을 찾아간 적이 있어요. 자신보다 훨씬 어려운 처지에 처한 장애인이 밝게 사는 모습을 보고 힘을 얻더라고요. 정신적인 안정을 회복하자 의수를 이용해 마우스를 ‘겨우’ 움직이는 남편에게 컴퓨터를 가르쳤어요. 컴퓨터 실력은 제가 한수 위 거든요.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 2001년 4월에는 컴퓨터그래픽운용 기능사 자격시험에 합격했어요.”
이씨 부부는 5년 전부터 경기도 시흥시청 ‘주민정보화 교실’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2004년 1월부터는 장애인들의 집을 직접 방문해 컴퓨터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남편이 비록 장애인이지만 남을 돕고 산다는데 대한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남편에게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더니 배시시 웃더라고요. 산재보험급여가 나와서 입에 풀칠하는 일로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딸 건강하게 자라고 있고. 남편이 바람피워서 ‘죽네, 사네’하고 싸우면서 사는 부부들 많은데 저는 남편과 늘 붙어사니까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잖아요. 제 몸이 조금 피곤하다는 것 외에는 걱정거리가 없으니 행복할 수 밖에요.”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이씨. 그는 “장애인의 가족이 되고 나니까 그제야 장애인의 아픔이 눈에 들어 왔다”면서 “장애인 정책은 철저히 장애인 입장에서 생각하고 입안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이나 대형 건물 등에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돼 있지만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용변을 볼 수 없는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불편해요. 장애인용 화장실이 대부분 남ㆍ녀 화장실 안쪽에 설치돼 있기 때문이에요.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화장실이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가장 편리해요. 화장실 입구 ‘정중앙’에 장애인 화장실이 있어서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이용할 수 있거든요. 공공기관 등의 장애인 화장실도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설치해 달라고 관계기관에 여러 차례 건의를 해 봤지만 번번이 묵살하더라고요. 그것만큼은 꼭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 Source: http://www.dkbnews.com/bbs/zboard.php?id=headlinenews&no=63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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