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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08.18 스님~ 게임 한판 해요!

랜 선입견과 편견은 단단히 발라 말린 시멘트벽 만큼이나 깨뜨리기 어려워 보입니다. 저같이 앞뒤 꽁꽁 막힌 고집불통들에겐 더 그렇죠. ^^ 그런데 좀처럼 바꾸기 힘들어보이는 선입견도 의외로 쉽게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걸, 며칠 전 한 스님과의 만남을 통해 깨달았답니다. 한번 들어보세요~

"난 죽은 죽어도 싫어!!" 사찰음식 전문가 홍승스님은 죽이 정말 싫으시대요. '죽순이'인 저는 스님 몫까지 죽 두 그릇을 챙겨먹었답니다.^^ 흐뭇~~(pictured by 김미리)

난 주 사찰음식 취재차 만난 조계종 포교원 사무국장 홍승스님(사진). 사찰음식전문가인 비구니 스님이세요. 감히 스님께 별명을 붙여드린다면 주저없이 ‘살인미소 스님’이라고 부르렵니다. 사진에서 보실 수 있겠지만, 스님은 온 세상 시름이 한꺼번에 사라질 것은 너무나 맑은 미소의 소유자십니다. 뽀얀 피부에 천진난만한 미소, 도무지 연세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순진무구하신 분이었죠. 나중에 지나가는 말로 ‘56년생’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어찌나 놀랐는지. @.@

실 저는 스님을 만나 얘기를 해본 적이 처음이었습니다. 종교와는 담쌓은 무교인데다가 절에 갈 일이 거의 없어 인사동에서 그저 몇 번 스님들과 마주친 게 고작이었죠. 그래서 이번 홍승 스님과의 만남은 무척이나 기대됐습니다. ‘고결하신 분 앞에서 혹시 말 실수라도 하면 어쩌지’, ‘조신하게 행동해야할텐데’, ‘그동안 죄지은 거 대번에 들통나면 어쩌지?’...평소답지 않게 인터뷰하러 가는 길, 고백성사를 앞둔 카톨릭 신자(나일롱 천주교도였을떄 고백성사 몇 번 해봤는데요, 정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릴 정도더라니까요.)마냥 별별 생각이 떠올랐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이죠? 말걸기조차 조심스러웠던 스님. 첫 마디부터 완전 ‘깨시네요’.
사실 스님들 (밖에서) 사찰음식 먹는 거 싫어해요.”
‘네??? 스님들이 사찰음식을 안좋아하신다고요?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말씀이세요?? 저 사찰음식 취재왔는데..헉’
“집에서 맨날 국만 먹어봐요 밖에 가서 국먹고 싶겠어요? 똑같지 뭐.”^^

‘스님은 사찰음식을 싫어한다(?)’ 스님의 이 한마디가 스님 앞에서 90도 정자세로 바짝 졸아 앉아있던 저를 일순간 배꼽잡게 만들었지 뭡니까.

그런데 홍승 스님 한 수 더 뜨시네요. “스님들은 칼국수 앞에서 ‘미쳐버려요’.” 불경처럼 근엄한 말씀만 하실 것같은 스님의 입에서 나온 ‘순화되지 않은 말’이 또 웃음보를 자극합니다.
“저, 스님 근데 바지락 칼국수 같은 거는 어떻게 하세요? 조개로 국물내고, 통조개도 나오잖아요?” “그거 일일이 어떻게 다 가려내요. 너무 그렇게 하면 ‘까탈스럽다’고 흉봐요.하하.” 조곤조곤하신 말투와는 안 어울리게 뱉으시는 한마디 한마디가 어찌나 털털하시던지요.

홍승 스님. 또 기대를 저버리시지 않으십니다. 이번엔 신세대 스님에 관한 얘기들로 넘어가시네요. “요즘엔 신세대 스님들 때문에 사찰음식도 많이 변했어요. 한번 생각해보세요. 어릴 때 우유먹고, 햄버거 먹고,피자먹고 자랐는데 출가하고 나서 그 입맛 잊기가 어디 쉽겠어요?” ‘빠다(butter)’에 익숙한 신세대 스님들이라. 생각해보니 그도 그럴 만하네요. “요즘엔 저도 신세대 스님들 입맛에 맞는 사찰음식 개발하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니까요. 그래서 ‘절 피자’도 만들어냈고, 절 자장면도 생각해냈죠.”
홍승 스님의 ‘신세대 스님론’은 계속 이어집니다. “요즘 스님들은 한자 때문에도 고생 많이 해요. 중고등학교에서 한자 교육 제대로 못받으니까 처음엔 불경 읽는데 고생 많이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직업’이 한자 읽는건데.(불경읽는 거 말씀하시는 건가봐요 ^^) 한자 모르면 절에 못있는데, 맨날 공부하니까 결국 다 극복하죠.”

문득 스님이 인터넷은 잘 하실까 궁금해졌습니다. “스님 혹시 ‘싸이(월드)’ 나 블로그(제 블로그 PR도 겸해서^^)하세요?” “네? 싸이,블로그 그거 뭐예요?” ㅋㅋ 역쉬! 싸이까지 섭렵하지는 못하셨었습니다. 괜히 유쾌해지려는 순간. “저 ‘A3’는 하는데...” “네? A3요? 그게 뭐죠?” “어 김 기자님 겜맹인가봐. 성인용 온라인 게임 몰라?” 앗! 한 방 먹은 느낌. 온라인 게임까지 하실 줄이야. 그런데 ‘성인용’이라는 말이 영 걸리네요. “웬 성인용요? 이상한 거 아니예요?” “아니, 애들 들어오는 건 자꾸 채팅하고 말걸어와서 귀찮아서. 이게 훨씬 조용해요.” ㅍㅎㅎㅎㅎ “스님, 그럼 인터넷 용어 잘 아시겠네요?” “당연하죠. 딱 들어가면 이렇게 쳐넣지.‘방가붕가!’” 상대에서 뭐하는 사람인지 물어보면 어떻게 하실까? “그럴 땐 묵묵부답이 상책이지.”

실, 홍승 스님의 ‘끼’는 핸드폰을 걸었을 때부터 조금은 ‘냄새’가 났습니다.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더니 익숙한 가락의 팝송이 흘러나오는 겁니다. “I don't care, who you are~ ,Where you're from ,What you did~ As long as you love me Who you are~” 백스트리트 보이즈의 ‘As long as you love me’였어요. ‘설마 팝송 컬러링을 하셨으리라구...’ 아무래도 전화번호를 잘못 눌렀을 것 같아서 끊고 다시 찬찬히 번호를 확인하면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제 손가락은 정확했던 거였습니다. 전화기 저 멀리 홍승 스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나중에 컬러링 얘기를 드렸더니 웃으시면서 “아 그거 원래는 올챙이 송이었거든, 우물가~에 올챙이 한마리~~ 그거 있잖아...근데 사람들이 하도 놀려대서 이번에 바꾼거야.나 원래 팝송 좋아하거든.” 하시더군요.

세 시간 홍승 스님과 말씀을 나누면서 제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던 불교, 스님에 대한 선입견(엄숙, 고결, untouchable 등등)은 어느새 스스르 녹아내렸습니다. 털털하고 진솔한 스님과의 ‘유쾌한’ 대화를 마치고 나오는 길, 신기하게도 아스팔트가 녹아버릴 듯한 찌는 무더위도 전혀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아, 홍승스님이 벌써부터 뵙고 싶네요. 아무래도 A3를 열심히 배워서 온라인 상에서 자주 만나봬야할까봐요.


“스님 A3 한판 해요!!!”


Source: http://blog.chosun.com/blog.log.view.screen?blogId=1895&logId=12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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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사람들은 잘 모를것이다...
스님들께서보통 말씀하실때는 "된장"냄새가 난다.

스님들 말씀에서 된장냄새가 난다는 것은 아버지께서 쓰신 표현이다. 그게 아버지의 오리지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도 절대 동의하는 바이다.

어떤 한국의 불교에 참된 마음으로 담고 계신 스님들의 말씀에서는 된장냄새가 난다.
현각 스님이라는 분도, 미국인이였지만, 이제는 현각 스님 말씀에서는 된장냄새가 풀풀 난다.

(물론 스님들이 진리와 삶에 대해서 말씀하실때는, 어려운 말씀을 하시기도 한다.)

이런 "된장 말씀"이 나는 참 좋다...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 같다.

이런 스님들의 말씀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이런 것을 특별히 생각하는 우리의 생각이 이상한 것일것이니...우리가 하도 많은 어려운 단어와 속세의 삶에서 때묻은 것이라 생각한다.

진짜 맘에서 나와서, 쉽게 쉽게 얘기하는 법을 우리는 잊지 않았나 한다.

Posted by 【洪】IL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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