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포탄 화상 꼭 없애주세요”

한국 온 이라크인 아디브 므하위스
집 앞 박격포탄 터져 딸 피부 일그러져… 석달간 치료받기로

▲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은 이라크 소녀 코더 아델 하팀양이 치료를 받기 위해 아버지 아디브 므하위스씨의 품에 안겨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김용국기자
7일 오전 6시 인천국제공항 26번 게이트. 두바이발(發) 대한항공 KE952편에서 수염 텁수룩한 이라크 남자가 내렸다. 아디브 므하위스(39)씨다. 이라크 남부 나자프에서 전기기사로 일하던 그의 품엔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은 딸 코더 아델 하팀양(4)이 안겨 있다.

딸을 치료하기 위해 그는 지구 반 바퀴를 돌아왔다. 불안한 듯 검은 눈망울만 굴리던 하팀이 품을 파고들자 아버지가 말했다. “괜찮다. 안녕해야지.” 아버지의 말에 용기를 얻은 하팀이 고개를 돌리자 얼굴과 목덜미에 큼지막한 화상 흉터가 보였다. 화흔(火痕)은 전신에 있었다.

“살라말리쿰(안녕하세요).” 마중 나온 한국인들에게 인사하던 므하위스씨의 얼굴에 때로 그늘이 지나간다. 그는 사고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2004년 8월 오후 3시쯤 나자프 시내에서 치열한 시가전이 벌어졌어요. 집 앞에 박격포탄이 터졌는데 딸에게 불길이 옮겨 붙었습니다. 놀라 뛰쳐나간 아내는 까무러쳤습니다. 딸이 불길에 녹아 내리고 있었죠. 저는 뒤늦게 병원에서 봤는데, ‘절망’이란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오르더군요.”

목숨은 건졌지만 딸의 피부는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이라크에서 세 차례 수술을 받았다. 목과 턱의 피부가 달라붙어 고개를 들 수 없었고 겨드랑이가 달라붙어 팔을 위쪽으로 올릴 수 없었다.

므하위스씨는 “아내는 사고 당시의 충격이 너무 커서 아직도 육체적·정신적으로 온전한 상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팀은 석 달 동안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아버지의 걱정은 끝이 없다. 화상 때문에 머리칼이 자라지 않는 오른쪽 머리, 불길에 녹아 없어진 조그만 젖꼭지…. 한국에서 연수 중인 이라크인 의사 하이들러 카림(31)씨는 “우선 신체 기능을 회복하고 미용은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천공항엔 심실중격결손(VSD)으로 고생하던 산타 셰르자드(4)양도 함께 왔다. 좌·우심실 사이의 벽인 심실중격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구멍이 남게 되는 선천적 질환으로 이라크에선 ‘불치의 병’에 가깝다.

딸의 손을 잡고 이라크 북부 술레마니아에서 온 요시프 한나(36)씨는 마주칠 때마다 “슈크란(감사합니다)”을 연발했다. 비슷한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모함마 아흐메드(13)군은 원광대병원을 찾아 ‘새 삶’을 얻게 된다.

행사를 마련한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는 대한항공과 함께 매년 ‘이라크 어린이 환자 치료 사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평화회의 김태성 사무총장(원불교 교무)은 “어린 생명을 살리는 사업은 절망에 빠진 이라크 국민들에게 새 희망을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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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http://www.chosun.com/national/news/200605/200605080059.html

Posted by 【洪】IL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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