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천재 이치로의 '러닝타법'
투수와 0.3초 승부서 스윙
내야 안타가 58개, 40% 넘어
때로는 한 방의 KO 펀치보다 쉴 새 없이 내미는 날카로운 잽이 더 무서울 때가 있다.
1m75, 78㎏. 도저히 메이저리그에서 견뎌낼 수 없을 것 같은 작은 체구의 스즈키 이치로(31·시애틀 매리너스)는 바로 그 파워가 아닌 정교한 잽으로 130년 역사의 메이저리그를 뒤흔들고 있다. 이치로는 30일(한국 시각)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 1안타를 추가, 시즌 255안타로 1920년 조지 시슬러가 세운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257개)에 2개차로 다가섰다.
◆ 동물적인 감각
마운드의 투수판에서 홈 플레이트까지의 거리는 18.44m. 투수가 던진 시속 150㎞의 강속구가 포수 미트에 꽂힐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0.44초다. 타자들은 0.3초 안에 타구의 구질과 코스를 판단해 스윙을 해야 한다. 때문에 타자들이 가장 대처하기 어려운 것은 볼 스피드의 변화다. 빠른 볼을 기다리다가 느린 변화구가 들어오면 헛스윙하기 일쑤다.
![](http://www.chosun.com/media/photo/news/200409/200409300269_01.jpg)
하지만 이치로는 다르다. 그가 올해 당한 삼진은 59개. 11.6타수에 하나꼴이다. NHK는 최근 특집 방송을 통해 이치로의 헛스윙 비율이 5%도 안 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 이유는 순간적인 대처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방망이가 나가는 동안에도 구질과 코스에 따라 스윙 궤적을 바꾼다. 이치로의 이런 능력은 피나는 연습의 산물이다. 그는 피칭머신 2m 앞에서 타격 연습을 하고, 야구공 대신 골프공을 치며 공을 맞히는 능력을 키웠다. 또 일본 야구 시절 사용했던 ‘시계추타법’을 버리고 간결하고 짧은 스윙으로 타격폼도 바꿨다.
◆ 달리면서 친다
왼손 타자인 이치로는 홈에서 1루까지 27.43m를 단 3.6초 만에 주파한다. 게다가 타격 때 왼발에 무게중심을 두고 타구에 힘을 싣는 슬러거들과는 달리 오른발을 1루 쪽으로 내디디면서 타격을 한다. 다른 선수들보다 한 발 먼저 스타트를 끊는 셈. 따라서 평범한 내야 땅볼이 안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올해 255개의 안타 가운데 22.7%인 58개가 내야 안타다.
그렇다고 이치로를 전형적인 ‘똑딱이 타자’라고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치로는 일본 프로야구 9년간 118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메이저리그 데뷔 초기, 파워가 없다는 비난이 일자 예고 홈런을 날리기도 했다. 타격의 정교함을 위해 장타에 대한 욕심을 버렸을 뿐이다.
-------------------------------------------------
Source: http://www.chosun.com/w21data/html/news/200409/20040930026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