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에서 일군 '코리안 드림'

몽골 여학생 오세나양, 한국 고교 1학년 계열 1등
김재곤기자 truman@chosun.com
입력 : 2005.02.27 17:50 28' / 수정 : 2005.02.28 07:23 12'


▲ 몽골학생 한글학교수료식에서 몽골애국가를 하는 오세나양(사진오른쪽)이진한 기자 (블로그)magnum91.chosun.com
“재작년까지만 해도 수업을 따라가기조차 벅찼어요. 지금요? 지금은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몽골 출신 여학생 오세나 (17·몽골이름 오양가·Oyanga)양은 한국에 온 지 5년째. 처음엔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던 했던 세나는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친 지난해 말, 한국 아이들 120여명의 틈에서 1등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불법체류자인 엄마의 고통도, 옥탑 자취방에서 사는 어려움도 그 순간만은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세나는 2000년 7월, 취업 와 있던 엄마를 만나러 한국에 처음 왔다. 엄마 곁은 편안했지만 한국은 낯설었다. 1년 동안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있는 ‘재한몽골학교’에 다니면서 한글과 한국말을 배운 세나는 2002년 9월 성수동 경수중학교에 들어갔다. 하지만 한국어 실력이 문제였다. 아이들과 말이 통하지 않았다. 학교에 가기 싫어 2번이나 무단결석을 하기도 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세나는 서선영이라는 친구를 만났다. ‘자신에 관한 시를 써 보라’는 숙제를 대신 해 달라고 부탁했던 세나에게 “결국엔 네가 해야 할 일”이라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적는 거라 예쁘게 쓸 필요는 없다”며 차근차근 알려주었던 친구였다. 세나는 “내성적인 나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준 고마운 친구였다”고 했다.

세나는 지난해 위례정보산업고 정보처리과에 들어갔다. 불법체류자 신세의 엄마를 따라 인천까지 이사를 가야 했던 세나는 전철을 타고 4시간 통학했다. 새벽 4시30분쯤 일어나 5시에 집에서 나와야 했다. 시간이 아까워 밤 전철에서는 사회나 국사 교과서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1학년이 끝났을 때 세나의 성적은 정보처리계열 4학급 중 1등이었다.

요즘 세나는 몽골 아이들 3명과 함께 얻은 면목동 옥탑방에 산다. 뜨거운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도, 바람이 새어들어와도 20만원짜리 자취방은 인천에서 통학하던 때를 생각하면 궁궐이다. 세나는 “한국인으로 귀화해 한국과 몽골을 자유롭게 오가며 나처럼 어려운 몽골 아이들이 계속해서 배울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27일 서울 정동제일교회에서 열린 외국청소년 선교회 한글학교 수료식에 ‘맏언니’ 격으로 참석한 세나는 아이들 앞에서 몽골어로 또박또박 말했다. “한글학교 졸업을 축하해요. 한국 학교에 진학하면 나쁜 친구도 좋은 친구도 있을 거예요. 좋은 친구들 많이 사귀도록 노력하고 무엇보다도 한국말을 배우는 데 최선을 다하세요.”
--------
Source: http://www.chosun.com/national/news/200502/200502270198.html

Posted by 【洪】ILHO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