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올림픽서 동메달딴 장한 두 대학생

김윤경 인턴기자·연세대 3년·isu33@hanmail.net
입력 : 2004.11.21 15:29 27' / 수정 : 2004.11.21 20:30 21'



▲ 문보해씨
문보해(24·배재대 4년)씨는 요리 하나로 꿈을 키웠다. 스무살에 멋모르고 간 군대에서 잡은 칼과 도마로 조리사 자격증을 땄고,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쳐나온 요리는 수백가지다. 문씨는 “집안 사정 때문에 고민하다 진로를 정했으나 후회해 본적이 없다”고 했다.

이희건(23·배재대 4년)씨는 “어렸을 때부터 요리사가 꿈이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어머니가 요리하시는 걸 보면 꼭 옆에서 따라하고는 했다는 이씨는 취미였던 요리를 직업으로 삼았다.

문씨와 이씨는 각각 지난 10월 17일부터 4일간 독일에서 열린 세계요리올림픽(IKA Culinary Olympic)에서 동메달을 땄다. 전세계 32개국 1000여 명의 쟁쟁한 요리사들과의 경쟁에서 거둔 쾌거를 두고 이들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이씨는 아이디어로 세계를 재패한 케이스. 이번 독일 요리 올림픽에서 돼지 머리를 이용한 ‘인삼 돼지머리 누름’을 제출한 이씨는 “우리가 보기엔 평범하지만 유럽쪽에서는 먹지 않는 식재료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로 봐서 상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문씨는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다. 2003 금산 약초 요리대회, 강경 젓갈대회 등서 입상했으며 2003년과 2004년 연속으로 서울 국제 요리대회에서 메달을 땄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요리대회에 참가한 경험도 있다.


▲ 요리올림픽서 수상자들과 함께 첫째줄 맨 오른쪽 첫째 이희건 둘째 문보해씨.
처음에 대회에 나갈 때는 아이템 구상만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3일만에 아이템 구상을 끝내는 경지에 올라섰다. 평소에 요리 아이템을 위해 책을 읽는 것은 물론이고 대회에 나가서는 프로 요리사들이 내놓은 음식들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문씨는 “이번 독일 요리올림픽에 가지고 간 대합찜이 가장 애착이 가는 음식”이라고 이야기했다.

문씨는 올 연말에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뉴욕 맨해탄에 있는 한 호텔에 취업이 되었다. 이번 요리 올림픽에서 세계적인 요리사들과 경쟁해본 경험은 문씨에게 안주해서는 안되겠다는 위기감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늘 열심히 하겠습니다. 세계에서도 한국에서도 이름있는 요리사가 되고 싶어요.”

두 배재대생들의 쾌거 뒤에는 지도교수인 조용범 외식급식경영학과 교수의 공이 있었다. 문씨와 이씨는 “이번 요리 올림픽도 교수님의 제의와 추천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씨는 “대학교 2학년 때 진로 상담을 위해 교수님 방을 찾은 적이 있는데 그때 그 행동이 여지껏 제가 한 것중 가장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요리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재료비 문제를 꼽았다. 이씨는 “가정형편이 넉넉치 않아 용돈으로 재료비를 충당하는데 힘들다”고 했다. 독일 대회 나가는데 재료비만 해도 200만원이 들었다. 재료비 부담 때문에 비싼 재료를 쓰고 싶어도 못 쓴 적이 많다. 그는 “재료비를 아끼려다 보니 양고기를 쓰고 싶어도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독일에 갔을 때는 돈이 없어서 물도 못마셨어요 체류비만 해도 300만원 가까이 들었는데 다 사비였거든요. 외국선수들은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는 경우도 많은데 우리나라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요.”

함께 대회에 나간 경험이 많다보니 문씨와 이씨는 마치 친가족과도 같은 사이다. 독일 요리올림픽을 준비할 때는 함께 밤새워 연습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서로의 요리에 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편. 한가지 요리를 완성시키기 위해 수십, 수백번을 연습하다보니 에피소드 또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번에 메추리를 재료로 썼는데요. 메추리를 구하기가 정말 힘들더라구요. 결국 양계장 하는 친구가 공짜로 병아리를 200마리 제공해줘서 연습을 할 수 있었어요”조리실 한켠에서 병아리 한마리 한마리를 잡아 털을 벗기는 것도 못할 짓이었다. ”주위에서 저를 병아리 살인마라고 놀리는 거에요. 어쩝니까. 요리 연습은 해야 하는데” 결국 40마리까지 잡다가 나머지는 중학생들에게 나눠줬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요리가 바로 ‘오미자 맛을 낸 메추리 구이’로 요리 올림픽에서 호평을 얻었다.

가장 자신있는 음식으로 이씨는 김치찌개를 그리고 문씨는 탕수육을 꼽았다. 요리사답게 어머니 대신에 요리도 종종 하는 편이지만 요즘은 취업 준비에 바빠서 자주 하지는 못한다. 요리 비법을 하나 알려달라고 하자 문씨는 “남들도 다 아는건데”라면서 “쌈장에 보통 마늘과 파, 양파 등을 갈아넣는데 이외에 사이다와 찐 생강 그리고 소주와 함께 고추를 살짝 갈아넣으면 맛이 담백해진다”고 이야기했다.

Posted by 【洪】IL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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