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접시닦이'서 대학교수 됐다
주인공은 국내에 5명밖에 없는 ‘조리 명장(名匠)’이자 ‘창작 조리의 달인’으로 불리는 서울 JW 메리어트 호텔 총주방장 이상정(51)씨. 이씨는 1일자로 부산 영산대학교(총장 부구욱) 조리학부 교수에 정식 임용됐다.
2002년 9월 국내에서 세 번째로 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이 공인하는 ‘조리 명장’으로 선정돼 이 분야 최고의 장인이 된 이씨는 그랜드 하얏트, 스위스 그랜드, 리츠 칼튼, JW 메리어트 호텔의 총주방장 및 조리부장 등을 거쳤다. 그는 국제 살롱 요리 경연대회 금상, 독일 요리 올림픽 금상 수상 등 서양 조리 관련 주요 대회에서의 수상 경력만 10여회에 이르는 한국 조리업계의 ‘명인’으로 통한다.
영산대측도 “이씨는 국제적으로도 역량을 공인받은 한국 최고의 조리 명장”이라며 “서양 조리 분야에서 그를 능가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 판단돼 적극적으로 교수 영입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리 명장’의 인생은 접시닦이부터 시작됐다. 지난 68년 당시 만 15살이었던 이상정씨가 처음으로 일자리를 얻은 서울 명동의 모 호텔에서 3년 넘게 맡았던 일은 접시닦이와 청소 등 허드렛일뿐이었다. 이씨는 “매일 꼭두새벽에 식당에 나와 듣는 건 욕이요, 맞는 건 매뿐이었다”며 “당장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을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버텼다”고 말했다.
경희대·초당대·청운대 등을 거쳐 현재 경기대 관광전문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가 영산에서 강의하게 될 과목은 ‘서양조리’와 ‘창작조리’. 하지만 이 요리의 달인이 학생들에게 제대로 가르치고 싶은 것은 음식 만드는 법만이 아니다.
“흔히들 요리는 예술 또는 기술이라고 하지만, 저는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을 대하는 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손님은 요리사를 믿고, 요리사는 손님을 정성스레 모시는 분위기에서 만들어지는 요리가 최고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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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http://www.chosun.com/national/news/200411/20041130044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