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자 환경미화원…큰아들 학사모 쓰다
저녁엔 천안으로 통학 "대학원까지 갈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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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환경미화원 삼부자가 18일 오전 11시 대학교 캠퍼스에 모였다. 충남 천안 남서울대학교(경영학부 유통학과)를 다니는 큰 아들 성규씨 졸업식 날이기 때문이다. 양복차림, 먼지를 뒤집어 쓰지 않은 얼굴이 서로 낯설다. 원래 오후 3시 퇴근이지만 이날만은 “천지가 개벽해도 꼭 참석해야 한다”며 모두 일괄 조퇴했다.
“우리 아들 장허다. 청소부라고 대학 졸업 못할 까닭이 없지.” 학사모를 쓴 아들 모습에 아버지 어깨가 더 으쓱하다. “형, 이제 정말 대학졸업장 따는 거야? 와- 집안의 자랑이다.” 동생 재균이 든든한 백을 얻은 듯 소리쳤다.
1999년 전문대학을 졸업한 성규씨는 공부를 계속하고 싶었다. 하지만 환경미화원인 아버지와 아파트 청소부인 어머니가 등허리 휘어가면서 번 돈으로 차마 “대학을 더 다니겠다”는 말이 안 나왔다. 스스로 등록금을 벌기로 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방법은 아버지를 따라 환경미화원이 되는 것. 어머니가 반대했지만 그를 당해낼 수 없었다.
2002년 12월. 성규씨는 남들처럼 힘겨운 입사시험을 치렀다. 종목은 신체검사와 체력테스트, 면접. 이듬해 1월 그는 5대1의 경쟁률을 뚫고 종로구청 환경미화원으로 뽑혔다. 같은 해 남서울대학 경영학부에도 합격했다.
새벽 3시 출근 오후 3시 퇴근 2시간 동안 스쿨버스를 타고 등교 10시 하교 자정에 집에 도착(하루 취침 3시간). 새벽별 보고 출근한 지 6개월째가 되던 날. 결국 허리에 무리가 와,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그래도 “공부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2년 동안 단 하루 쉬는 날이 없이 이 과정이 반복됐다.
“처음 학교 친구들에게 ‘환경미화원’이라고 말했을 때, 다들 믿지 않았어요. 환경미화원 자격증을 보여 주며 이렇게 말했죠. ‘공무원에 준하는 특수직으로 종로거리를 깨끗이 하는 일을 도맡고 있다…’라고요.”
정면돌파. 정정당당. 친구들은 그런 그를 두고 “자식, 너는 짱이다. 남자가 봐도 멋있다.” “네 몸은 무쇠로 만들어졌냐?”라며 격려했다. 형의 당당함을 지켜본 동생도 2004년 1월 종로구청 환경미화원에 지원해 합격했다.
아직 성규씨의 질주가 끝난 것은 아니다. 오는 4월, 후기 전형을 통해 대학원에 도전할 생각이다. 그는 “사람들은 이제 ‘대학원생 환경미화원’이라는 칭호를 붙이겠지만, 하루 하루를 후회하지 않도록 충실히 살 뿐”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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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http://www.chosun.com/national/news/200502/20050218043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