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희망으로 불가능 극복이 탐험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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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가 허영호(51)씨가 이번엔 초경량 비행기 세계일주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의 허영호 후원회 ‘드림 앤 어드벤처(Dream & Adventure)’사무실 벽 곳곳에는 세계 지도와 초경량 비행기 모형도가 붙어있었다. 전세계 비행 항로 지도300여장이 책꽂이 한 칸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허영호씨는 “초경량 비행기의 최장거리 비행 세계 기록은 지난 2000년 남미와 북미, 유럽을 거쳐 아프리카까지 약 4만 5000㎞로 알고 있다”며 “저는 5만5000㎞ 이상을 날아 세계 최고 기록을 깨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또 “광복 60주년을 맞는 내년 8월 15일까지 전 세계를 돌고 북한을 통과해서 돌아오고 싶다”며 “내년 초 출발할 예정이고, 북한의 허가를 얻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허씨는 “북한의 협조는 중국의 지인들을 통해 요청하고 있다”며 “한민족 최초로 초경량 비행기 세계 일주에 도전한 순수 민간 사절단 차원에서 비행기로 평양을 방문하고, 가능하다면 북한 청소년들에게 이 프로젝트를 돕고있는 가수 서태지의 공연을 보여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타고갈 경비행기는 한번 연료를 채우면 최대 9시간 1000km까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비행 경로는 추운 겨울에 출발하는 만큼 서해를 가로질러 중국에 가고, 이후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를 통과, 아프리카 혹은 유럽으로 건너간 뒤 북미로 넘어갈 계획이다. 그는 “북극해를 비행기로 횡단하는 게 여정의 큰 이벤트 중 하나”라며”라며 “물론 위험하지만 걸어서도 북극점을 두 번 다녀왔는데, 비행기로는 처음 통과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에 도착할 때도 월드컵 당시 수십만의 인파가 모였던 광화문의 도로를 200m 가량을 활주로처럼 사용해서 착륙하고 싶다”며 “아직 서울시와 협의된 게 아닌만큼 인근에 청와대와 군사 보호시설이 있고 절차도 복잡해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안되면 여의도 고수부지에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허씨는 조만간 정확한 출발 일정이 나오는대로 제주도와 일본, 대만 등을 순회 비행하는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할 것이라고 한다. 그는 “이를 위해서 서울 지방 항공청과 각국에 비행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허씨는 “아직 장거리 운행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류 변화 등이 변수가 될 것 같다”며 “대신 탐험의 노하우가 지도를 정확하게 읽고 목적지를 향해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씨는 세계 일주를 5년 전 부터 착실하게 준비해왔다. 그는 “지난 1995년 남극과 북극, 에베레스트 3극점과, 7대륙 최고봉 완등에 성공한 뒤 어린시절의 꿈이었던 비행기 조종사에 도전해보려는 결심을 했다”며 “5년 전에 비행기 세계일주를 목표로 초경량 비행기 면허를 땄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에는 4~5억원을 호가하는 초경량 비행기 ‘스트릭 섀도우’를 4000여만원에 조립용 키트로 들여와 최근 완성했고, 경기도 양평과 이포의 비행장에서 틈나는대로 연습을 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일반 탐험의 두배에 가까운 예산이 필요한 초경량 비행기 세계일주의 꿈은 그동안 스폰서를 구하지 못한 탓에 번번히 좌절됐다. 허씨는 “대기업들을 찾아 다녔지만 번번히 퇴짜를 맞았다”며 “그때마다 허탈감에 휩싸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는 초경량 비행기로 한국과 일본 경기장을 순회 일주하는 ‘한일월드컵 우정 축하 비행’을 기획하기도 했지만 역시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다음달 초 서태지가 공동의장 대표를 맡아 출범할 예정인 ‘2005년 한민족 공익비전 스타 60인 회의’의 후원을 받아 어렵게 성사됐다.
허씨는 “서태지가 청소년들의 우상인 만큼 이번 세계일주도 누구보다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젝트”라며 “조기교육에 찌들고 패기를 잃어가는 요즘 청소년들을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비행 여정을 그대로 찍어서 1주일에 한번씩이라도 TV방송과 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보여준다면 청소년들에게 모험이 어떤 것이고, 왜 건강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교육적인 효과가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허영호씨가 직접 6㎜카메라를 잡는 한편, 지난 10년간 허영호씨의 다큐멘터리를 찍어온 프리랜서 PD와 카메라 감독 등 촬영팀 5명이 비행 코스에 맞춰 지상으로 이동하며 동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허씨는 또한 “세계 일주 도중에 경유하는 도시에서 우리 교포들을 상대로 세계일주 여정과 탐험에 대한 강연이나 전시회도 열 것”이라며 “가능하다면 중국의 베이징과 미국의 LA등 교포가 많은 도시들에서는 서태지의 콘서트가 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행 구간을 정해서 교포 청소년들이나 소년소녀 가장 등이 비행기에 동승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아직 확정된건 아니지만 좋은 아이디어는 많다”고 말했다.
◆경제 불황 속 인기 강사
허영호씨에게 “거친 자연 속에서 탐험을 하다가 서울에 있을 때는 답답하지 않느냐”고 묻자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뭐가 답답해요”란 대답이 돌아왔다. 허씨는 “일년에 두세달 외국으로 탐험을 떠날때는 제외하고는 국내 기업과 관공서, 학교 등에 강의를 위해 불려다니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강의 이벤트 회사의 섭외 대상 1순위인 인기 강사로 알려져있다. 서태지와의 인연도 지난 5월 서태지의 블라디보스토크 공연을 보러가는 관람객 1200명을 대상으로 선상 강연을 맡은 게 계기였다고 한다.
허씨는 “강의 스케줄이 하루에 3건씩 있는 날도 있다”며 “제주도부터 전국 방방곡곡 안가본 데가 없다”고 말했다. 허영호 후원회 최재명 사무국장은 “경기가 좋을 때는 그래도 허영호를 덜 찾는데,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는 강의 요청이 쇄도한다”며 “그만큼 탐험정신이 국민들에게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는 힘을 줄 수 있다는 뜻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허씨는 이날도 인터뷰를 마친 뒤 저녁 강의가 예정된 경기도 수원의 아주대학교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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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http://www.chosun.com/national/news/200411/20041127004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