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은 치과에 갈 꿈도 못꿔요"
|
서울대치과병원 임지준(林志俊·33) 의사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그는 4년 전 포천에서 공중보건의로 일하면서 노인·불우아동을 대상으로 무료 치과 치료를 시작했다. 2년 전에는 장애인 치과 치료를 돕는 스마일재단(www.smilefund.org)을 만들어 본부장을 맡고 있다. 격주 토요일마다 그는 일터인 서울대병원 대신 은평시립병원으로 향한다. 그의 손길을 기다리는 장애인 환자 30여명이 오전부터 복도를 가득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3개월째 이곳에서 무료 보철 치료를 받고 있는 장애인 진경화(여·36)씨는 “임지준 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맛있는 음식도 못 먹고 입을 열면 흉하게 보일까봐 말하기도 꺼렸다”고 했다. 진씨는 아랫니가 하나도 없는 맨잇몸이다.
“장애인들은 치과 갈 꿈도 못 꿔요. 날카로운 도구로 치료할 때 몸부림을 치면 의료사고가 난다고 기피하는 의사들이 많거든요. 고층건물에 있는 치과는 우리가 오르기도 불편하고….”
진씨는 5년 전부터 이가 하나씩 빠지기 시작하더니 아예 잇몸까지 주저앉았다고 했다. 밤마다 통증과 싸웠지만,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하는 형편에 병원을 찾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랬던 진씨가 임 본부장을 만나며 성격도 밝아졌다. “이제 세 번만 더 오면 새 치아를 갖게 되실 거예요”라는 임 본부장의 말에, 진씨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임 본부장은 진씨처럼 치과 치료의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들을 돕고자 스마일 재단을 만들었다고 했다.
“돈 때문에 아파도 꾹 참고 병원에 안 가니까 문제가 더 커지는 겁니다. 안타까워서 11개 치과대학을 일일이 돌면서 의사들을 설득했지요.”
임씨의 뜻에 공감한 치과의사 20명으로 시작한 재단은 불과 2년 만에 치과의사 800여명을 포함, 회원 수 1000여명으로 커졌다. 지난해 모인 후원금만 4억원에 달한다.
“그래도 갈 길이 멉니다. 일본에선 이미 30년 전에 장애인치과진료센터가 설립됐는데 우리는 전문 치료센터는커녕 학회조차 없었어요. 이제 시작인걸요.”
겸손하게 입을 뗐지만, 임씨가 팔을 걷어붙인 사업은 하나씩 열매를 맺고 있다. 오는 27일에는 국내 최초로 ‘대한장애인치과학회’가 창립되며, 내년 4월에는 마장동에 4층 규모의 서울장애인치과진료센터(가칭)가 들어설 예정이다.
“제도보다 중요한 건 치과의사들의 인식 개선입니다. 장애인들이 개인병원에서도 쉽게 진료를 받을 수 있게 치과 문턱을 낮춰야 해요.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동료들이 많아질 거라고 믿습니다.”
------------
Source: http://www.chosun.com/national/news/200411/200411120368.html